퍼루크 321

나의 아름다운 이웃 박완서 짧은 소설

응답하라 70년대. 아파트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나 보다. 심각한 건 아니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정말 짧은 소설들의 모임이다. 박완서 님의 글은 진정성과 순진함이 있다. 소설을 핑계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엄마가 딸에게 쓰는 편지 같다. 70년대의 고민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고전도 아니고 현대적인 글도 아니고. 어정쩡한 구식이 걸린다. 부드럽게 스며들지 않고 자꾸 거부감이 든다.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이라 끝까지 읽었다. 추천 안 함.

퍼루크 2024.03.11

버닝

종수(유아인), 해미(전종서), 벤(스티브 연) 수능 수학의 30번 문제는 어렵고 어렵다. 보통학생이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출제자는 1등급을 가리기 위해 문제를 풀기 전에 이해하기도 어렵게 꼬아 놓는다. '버닝'은 이창동감독이 보통사람은 알지 못하게 미스터리 하게 꼬아 놓은 수능문제 같은 영화다. 그래서 고급의,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지만. 재미는 없다. 나처럼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은 뭐 이리 어려운가? 지루하다고 느낄 것이다. 20대의 (젊은 ) 방황하는 (이 단어는 좀 미안하다) 사람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한다는데.... 평론가의 해설을 들어도 어렵다. 물론 이런 영화가 있어야 함부러 결론을 내리지 못하지. 이해가 쉽게 된다고 잘난 척 못하지. 배우들이 얼마나 생각을 많이 하고 연기를 하..

퍼루크 2024.03.10

성난 사람들 BEEF

대니 조 (스티브 연), 에이미 라우(앨리 윙) 뭐 그렇게 까지 일이 커질 리가 있을까 싶지만. 현실도 드라마 못지 않다. 너무나 공감이 되는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났다. 10부작의 짧은 이야기지만,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 '브레이킹 배드'와 비슷한 분위기의 느낌이다. 끝까지 가보자, 몰라, 내 힘을 벗어났다. 화가 나고 되는 일 하나 없고. 게다가 외롭고 힘들고. 그러면 나쁜 생각을 하게 된다. 나쁜 생각의 끝이 어디인지 잘 보여준다. 그래도 그런 와중에 다 나쁜 일만 생기는 건 아니다. 의도가 아주 분명하고 잘 말하고 있는 드라마라서 과한 장면도 이해가 된다. 그리고 재미있다. 강추.

퍼루크 2024.03.08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인남(황정민), 레이(이정재), 유이(박정민), 유민(박소이) 뭔가 다른 느낌이다. 그냥 피 터지게 싸우고, 폭력이 난무하는 범죄영화가 아니다. 스토리가 있어서 좋다. 후반부에 태국 스와트와 경찰이 주인공들과 싸우는,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 있지만. 황정민과 이정재의 빛나는 연기는 정지된 화면만 봐도 소름이 돋는다. 박정민의 유이는. 어디까지가 박정민의 범위인지, 이 배우의 변신은 어디까지인지. 깜짝 놀라게 된다. 어린아이 박소이의 텅 빈 놀란 연기도 박수 받아 마땅하다. 액션 장면 중에 느린 동작으로 표현하는 긴장감과 그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음악은 다른 영화와 아주 분리된다. 멋있다. '악'이 모든 곳에 널렸는데. 그런 와중에 살아 남은 유민. 휴, 다행이다 안심하게 되는.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퍼루크 2024.02.26

아수라

한도경(정우성), 박성배(황정민), 문선모(주지훈), 김차인(곽도원), 도창학(정만식)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아수라. 싸움을 일삼는 귀신, 악마로 신과 인간의 적이란다. 나쁜 놈들이 다 죽어서 다행이다. 시장, 검사, 형사.... 권력으로 돈이나 사람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영화가 현실보다 덜 표현되고, 덜 잔인하리라 생각한다. 나는 실화인지 다큐인지 상관이 없다. 연기라면 뭐 티를 찾을 수 없는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연기만 구경하는 것도 좋았다. 범죄영화(잔인한)를 많이 봤더니 짧은 시간에 폭력에 무던해진 것 같다. 칼싸움보다 총싸움이 보기에 편하고. 잘 생긴 얼굴을 너무 함부러 분장하는 정우성. 유치하고 우유부단하고 이중적인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 엑스트라까지도 열연을 한 마지..

퍼루크 2024.02.25

미스트

데이비드(토마스 제인), 아만다(로리 홀든), 브렌트 노튼(안드레 브라우퍼), 빌리 드레이턴(나단 겜블) 태풍이 문제다. 집이 부서지고 나무가, 차가 박살이 나고. 그래서 장을 보기위해 동네 마트로 가는데. 난데없이 안개가 덮히고 괴물들이 설친다. 마트에 있던 사람들이 보통은 합심해서 난관을 헤쳐나가는 게 주제인데. 난리도 아니다. 예언자같은 종교인, 고집 센 아저씨, 철없는 알바.....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영화인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보여주는가? 엉성한 괴수들의 등장에 실망하고 주제를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려본다. 반전이 있는 영화? 이런 영화에는 '반전'이라는 고급 단어를 쓰면 안 된다. O! NO. 허무하고 안타까운 결말이 있을 뿐이다. 재난이 닥치면 설치지 말고 가만있어야 살아남는다는 교..

퍼루크 2024.02.25

침묵

침묵 재력과 사랑, 세상을 다 가진 남자 ‘임태산’(최민식) 모든 것이 완벽히 행복하다 믿었던 그 날 약혼녀이자 유명 가수인 ‘유나’(이하늬)가 살해 당하고, 용의자로 딸 ‘임미라’(이수경)가 지목된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 임태산은 그날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기 시작한다. 그리고 최고의 변호인단을 마다한 채, 미라의 무죄를 믿고 보듬어줄 젊은 변호사 ‘최희정’(박신혜)을 선임한다. 미라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을 둘러싼 치열한 법정 공방 하지만 사라진 그날의 CCTV 영상을 갖고 있는 유나의 팬 ‘김동명’(류준열)의 존재가 드러나며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살해된 약혼녀 용의자가 된 딸 가장 완벽한 날, 모든 것을 잃었다 평점..

퍼루크 2024.02.25

황해

구남(하정우), 면가(김윤석), 태원(조성하), 최성남(이철민), 김승현교수(곽도원) 구질구질하고, 더럽고, 잔인하고, 피가 낭자하고. 156분, 길고 긴.... 스토리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황해'를 끝까지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름 끼치는 연기가 탁월하고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든다. 주인공뿐 아니라 칼 들고 설쳐대는 엑스트라까지. 어두운 화면 가득히 피냄새가 나는 것 같다. 칼에 찔리고 차에 부딪히고 총 맞고. 그래도 안 죽는 건 주인공이라서가 아니고, 구남의 살고자 하는 열망인 것 같다. 살기 위해 먹는 장면이 그래서 명 장면으로 남는 거지. 죽기 전까지는 무슨 수를 써서도 살자. 마음 약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너무 험한 영화다. 이런 폭력을 즐기는 사람이 있을까 싶게 잔인하다. 나는...

퍼루크 2024.02.24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 나태주 엮음 )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김남조 시인의 '편지' 한 부분이다. 여고생일 때 영어 사전의 뒷 표지에 적어 놓은 시이다. 요즘은 시를 잘 읽지도 않고, 시를 잘 쓰지도 않는다. 어릴 때의 감성이 거의 없어지고, 낡아지고 닳아지는 중이라서 그런가 보다. 며칠 전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며, 나도 모르게 넣어 온 이 시집은. 참 많이 외우고 읽었던 시들이 많이 있었다. 짧은 해설이랄까 엮은 이의 느낌도 있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요즘 시인의 시는 거의 없고, 오래된 시가 대부분이다. 젊은 시인의 참신한 시는 다른 책에서 만나기로 하고. 오래 전의 감동을 느끼기엔 좋다. 추천.

퍼루크 2024.02.21

싱글 라이더

강재훈(이병헌), 이수진(공효진), 유진아(안소희) 조용히 흘러가는 강물을 보는 느낌이다. 파도치는 격정적인 이병헌의 연기를 보다가. 조용하고 느리지만 슬픔과 후회와 안타까움을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수많은 힌트를 주고 복선을 깔아 놨는데, 반전이라고 말하는 나는 바보인가? 옷을 갈아입지 않고, 사람들이 못 본척하고, 수진이가 잘 때 어찌 그리 잘 자는지... 진아의 시체를 보고서야 제대로 이해가 됐다. 재훈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나 보다. 그게 말할 수 없이 슬프다. 아내와 아들이 어찌 살아 가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하는건 거짓말이지. 생각도 하기전에 눈물부터 날건대... 흥행은 실패했는지 몰라도 영화는 오래 여운이 남을 것 같다. '싱글 라이더'는 혼자 떠나는 여행객이다. 제목이 잘 어울린다. 어쩔 도..

퍼루크 2024.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