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그 18

김창옥 강사님.

김창옥강사님 (교수님)은 나의 밥친구, 또는 잠자기 전에 만나는 선생님이다. 언제부터 알게됐는지 모르겠다. 오래전부터 그의 강연을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들어왔다. 기회 있을 때마다 들었지만 아직 그의 영상을 다 보진 못했다. 그의 가족이야기나 학교이야기뿐 아니라. 알츠하이머일지도 모른다는 가장 최근의 이야기에 정말 깜짝 놀랐다. 아니.... 아니겠지. 스트레스가 심해서 일시적인 증상일 거야... 명랑하고, 솔직하고, 정곡을 콕콕 찌르고, 쉬운 말로 공감하고. 그가 강연에 대한 부담감을 얼마나 느꼈으면 그런 병이 생겼을까? 영상에서 보이는 그는 전혀 부담 없이 술술 말하는 것 같은데. 스트레스가 밖으로 보이는 건 아닌가 보다. 내가 아는 사람도 젊은 나이에 치매에 걸렸다. 50이 조금 넘었는데. 남편, 딸,..

그녀와 그 2023.11.29

오늘은 창피하지만 내일은 팔아야 한다.

20년 전에 형은 부모님 집을 외숙모 명의로 했다. 본인이 은행원이지만, 건물주가 되고자. 어머니의 이름으로 건물을 사는 그 와중에 시골 부모님 아파트가 걸려서. ​ 외숙모는 여러 차례 명의를 가져가라고 말을 했다. 형은 그 건물로 수억의 이득을 봤고. 그러면서 형제들과는 돈 때문에 싸우고 인연을 끊는다... 난리도 아닌 세월이 흘렀다. ​ 은행을 퇴직하고 공인중개사가 된 형은. 시골 어머니가 살고 있는, 외숙모 명의의 그 아파트를 누군가 사고 싶다고 연락을 받았다. 그쪽 중개사가 알아본 바로는. 외숙모 이름으로 19년 전에 대출을 받았고, 근저당 설정이 되어 있으니. 대출금만 갚으면 그 아파트를 사겠다고. ​ 형은 불같이 화를 냈다. 어머니에게, 어찌 외숙모가 대출을 받을 수가 있나? 자기 아파트도 아..

그녀와 그 2023.07.27

수박사세요

부산 감전동 과일 시장의 진영상회. 국가유공자의 집입니다. 강원도에서 온 수박입니다. 제가 이 가게에서 수박 사라고 해도 별 소용없는 말이 되겠지만요... 오늘 수박을 15개 사고 한 개는 서비스로 받았습니다. (수박장사는 아닙니다) 맛있고 크고 싱싱한 수박입니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사장님. 고령이신데도 아주 건강히 장사를 하시네요. 맛있는 수박은 척 보면 아신다니. 수박 많이 사실려면 감전동 진영상회로 가보세요.

그녀와 그 2023.07.23

아빠....아니 아버지...

세상에 없는 좋은 차를 아빠와 타고 좋은 곳으로 둘이 가고 있었다. 뒷좌석에서 운전을 아주 건성으로 슬슬 하는 아빠는 처음이다. 차 안은 마치 재벌들의 차처럼 포근한 시트와 부드러운 색으로 완벽한 인테리어를 해 놓았다. 아빠는... 참 나는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른 건 오늘이 처음이다. 아빠는 큰 키에 어울리는 슈트를 입었는데 50대의 전성기처럼 멋지고 웃는 얼굴이었다. 아빠 여기서 좌회전 해야하는데... 차를 주차하고 내려서 보니 계단이 큼직하게 아래로 놓인 어떤 절 입구였다. 길을 잘 모르는 듯. 절 입구에서 유턴해서 가라고 어떤 잘 생긴 남녀가 알려준다. 차있는 곳에 와보니, 돈이 길에 떨어져 있다. 오만 원짜리 하나만 원짜리 하나. 아빠 이거 주웠는데 가짜 돈인 것 같아... 그 돈을 받아 든 아빠..

그녀와 그 2023.06.16

이렇게 시원한!!!!!

여름이다. 긴 머리가 감기도, 말리기도 묶기도 너무나 더운 여름이다. 미장원에서 앉아있는 시간이 지루하고 지루해서 일 년 넘게 머리를 길렀다. 머리숱이 3인분이라는 미용샘 말대로 곱슬머리에 긴 나의 머리카락은 참 관리하기가 힘들다. 미용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파마도 하고 염색도 하고 예쁘게 정성을 들일텐데... 그래서 오늘 드디어 커트를 했다. 윤헤어클럽은 우리 가족의 미용실이다. 샘이 아주 감각적이고 센스 있고, 친절하시다. 나처럼 대책없는 원시인이 와도 아주 척척 세련된 도시여인으로 변신가능하다. 정말 시원하고 가볍게 짧은 머리가 되었다. 나는 이번 여름을 아주 시원하게 산뜻하게 깨끗하게. 누구는 머스마같다고 이상하다고 하는데. 나는 좋다. 내가 좋으니 됐다. 화명동에 사시면 윤헤어클럽에서 머리 한번..

그녀와 그 2023.06.07

고로케 먹으면 선생님 생각이 나요

일요일, 구포시장은 사람들이 많네요. 구포시장 입구 쪽 빵집에 파는 고로케는 1500원, 맛있어요. 당근이 살짝 거슬리지만, 감자가 맛있는 고로케. 아주 일관되게 고로케만 먹어요. 은하여중(부산여중) 1학년 6반. 담임선생님은 김인자 선생님. 국어 선생님이셨는데 임신으로 학교를 마지막으로 나오시는 날. 부반장이었던 저와 반장인 승아를 학교 근처 빵집에 데려가셨어요. 그때 처음 먹어본 고로케. 선생님이 그만두시는 슬픈 날이었지만. 고로케는 참 맛있었어요.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지금도 고로케를 먹으면 선생님과 승아가 생각납니다. 잘 계시겠죠? 그때 선생님 나이보다 훨씬 많은 지금... 고로케가 가끔은 어린 중학생을 보여 줍니다...

그녀와 그 2023.05.17

벌써 보고싶어라

우주에서 가장 힘이 센 가족은. 남편, 나, 딸, 아들로 이루어진 우리 가족이다. 거의 모든 종류의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평범하지만 아주 특별한 가족이다. 아들은 혼자 서울에 살고 있다. 절대 보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혼자인 저는 얼마나 가족이 그리울까... 엄마인 나는 씩씩하고 의연하게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야지... 힘이 쏙 빠져서, 구석진 곳까지 헤집어, 날뛰는 강아지 동영상, 이렇게 아들 생각을 흩어놓게.... 잘 먹고, 잘 자고, 공부도 하고. 알아서 잘하는 야무진 아들인데 걱정할 게 하나도 없다... 걱정 안 한다. 엄마인 나도 잘 있다가 집에 오면 좋아라 하면 된다. 너무 좋아하고 자주 연락하고 그러지 말자. 보고 싶으면 그냥 보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끝내자.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녀와 그 2023.05.10

늙어가는 나

뭐 50대가 늙었다는 건 아니고. 나는 3년 전 보다 많이 늙었다. 얼굴에 주름이 많이 생겼고, 눈썹이 빠져서 보기 싫다. 사진을 찍으면 특히 눈이 멍청하게 보인다. 멍청하게 생각 없는 얼굴이 제일 싫은데. 내 얼굴이 그렇게 보인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니 어쩔 방법은 없다. 모르는 단어는 찾아보고, 적어놓고 외우고. 그래도 머리는 바보처럼 그렇다. 외모는 그렇고. 점점 말투가 늙어간다. 싸우자는 건 아닌데, 내 말에 반대하는 느낌이 들면 소리가 커진다. 그런 것 같게 하고 동조하는 말투가 아니고, 내 말이 맞다 하는 확신의 말투다. 만빵. 거의 내기에 이기기는 해도 대화에서 상대방의 말은 점점 듣기 싫다. 내 말을 들어봐. 내 말이 맞잖아. 그렇게 말한다. 빠 삐 따 빠지지 말고, 삐지지 말고, 따..

그녀와 그 2023.03.12

빛나는 사과, 안녕.

어릴 때부터 좀 특이하게 돈을 아주 좋아했어요. 그 아이는 5살 때 집에서 미용실을 차려 마사지, 발관리 해주며 (가족들) 용돈을 벌었어요. 입금만 되는 통장을 만들어 줬는데 고3 수능 이틀 전에 다 찾아서 컴퓨터를 주문하더라고요. 돈을 십 년 넘게 모으더니 하루에 다 쓰는 참 대단한 그 아이는, 아들입니다. 야무지고, 성실하고, 별나고, 가끔 까다롭지만. 사과 중에서도 빛이 나는 반짝거리는 사과입니다. 과장 없이 말하는 겁니다. 천재는 아니지만 영재바로 앞까지는 가고 있는 청년입니다. 이제 대학교를 졸업하고 본인의 일을 향해 부지런히 재미나게 살고 있습니다. 대기업은 연봉도 많고 일도 많겠죠. 작은 회사는 적은 돈을 받겠지만 일하면서 공부할 시간도 있을 거고요. 어디든 본인이 선택해서 의미를 찾으면서 ..

그녀와 그 2023.02.03

오! 나는.

나는 잘난 사람이다. 아니다. 잘 난 사람이 되고 싶다. 똑똑한 눈을 가지고 싶다. 센스가 넘치고, 눈치도 빠르고, 뭔가 가르쳐 주는 선생이고 싶다.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고 싶다. 지금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말을 많이 줄여야 한다. 나는 여행도 많이 하고 싶다. 빠니보틀, 곽튜브, 채코제, 여행가 제이, 차박차박, 송숲, 노마드 션, 뜨랑낄로, 브루스 리.(순서가 없음) 이들을 아주 초창기부터 보아왔다. 대신여행 중이지만, 언젠가는 작은 배낭메고 떠나리라. 멋진 수영을 하고 싶다. 열심히 배워서 할머니들 가르쳐 주는 쌤이 되는 게 목표다. 나이 들면 뭐든 배우기가 힘든데. 내가 힘들게 배웠으니 힘든 할머니들 입장에서 천천히 잘 가르칠 것 같다. 한 5년 수영배우면 가능하지 않을까. ..

그녀와 그 2023.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