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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 태양의 몰락

이드리스 엘바 주연의 범죄 액션 영화를 본 후기. 루터라는 시리즈를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아직 보지는 못했는데. 루터의 이미지가 똑똑하고 힘도 세고, 괜찮은 경찰 같다. 영국이나 미국에서 연쇄살인짐승은 대체로 하얀 얼굴의 전문직 30,40대 남자더라. 제 딴에는 명분도 있고, 아주 기발하고 남들은 상상도 못 하는 범죄의 천재인 줄 아는데. 끝은 항상 힘없이 죽는 것. 뻔한 스토리지만 왜 이리 무서운가? 총을 맞고 피가 튀는 장면도 무섭지만. 날카로운 칼로 피부를 싹 베는 장면은 너무 소름 끼치게 무섭다. 그 소리도 섬뜩하고. 뭐 이해 안 되게 전개되는 몇몇 장면은 다른 범죄 영화에서도 있었으니 넘어가고. 심각하게 머리 쓰는 거 아니고. 저녁밥 먹고 소화시키는 시간에 보기 좋은 영화이다. 나는 넷플릭스..

당근라페

어쩌다 유튜브에서 알게 된 당근라페. 당근은 별로인데 어찌나 맛있다맛있다 하는지. 쿠팡에서 홀 그레인 디종 머스타드를 주문했다. 이 이름도 긴 머스타드는 미국에서 날아왔다. 아침에 배달되어 준비물은 완벽. 당근을 얇게 감자칼로 벗겨서 소금에 조금 절이고. 설탕, 올리브유, 머스타드, 레몬즙(식초) 넣고. 섞어섞어. 맛있다 했는데 나는 뭔 맛이 있는지 모르겠다. 맛이 없다. 원래 당근은 좋아하는 재료가 아닌데. 친해지고 싶었다. 냉장고에 있긴 있는데 매번 버려지는 당근. 그래서인지 고상한 이름이 붙은 당근라페는 맛없는 다시 버려질 상황이다. 비빔국수와 같이 당근라페를 내놓았는데. 남편은 한 오라기 먹어보더니 외면. 나는 세 번 집어 먹고 외면. 맛있다 하는 건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어그로인가? 아니면 나의..

퍼루크 2023.03.13

늙어가는 나

뭐 50대가 늙었다는 건 아니고. 나는 3년 전 보다 많이 늙었다. 얼굴에 주름이 많이 생겼고, 눈썹이 빠져서 보기 싫다. 사진을 찍으면 특히 눈이 멍청하게 보인다. 멍청하게 생각 없는 얼굴이 제일 싫은데. 내 얼굴이 그렇게 보인다.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니 어쩔 방법은 없다. 모르는 단어는 찾아보고, 적어놓고 외우고. 그래도 머리는 바보처럼 그렇다. 외모는 그렇고. 점점 말투가 늙어간다. 싸우자는 건 아닌데, 내 말에 반대하는 느낌이 들면 소리가 커진다. 그런 것 같게 하고 동조하는 말투가 아니고, 내 말이 맞다 하는 확신의 말투다. 만빵. 거의 내기에 이기기는 해도 대화에서 상대방의 말은 점점 듣기 싫다. 내 말을 들어봐. 내 말이 맞잖아. 그렇게 말한다. 빠 삐 따 빠지지 말고, 삐지지 말고, 따..

그녀와 그 2023.03.12

살아보니, 대만 지은이 조영미

딸이 사준 예스 24 리더기로 처음 읽은 책이다. 살아보니, 대만 5년 전에 대만 자유여행을 했다. 더워서 미춰버릴 것 같은 8월의 대만은, 참 친절한 사람들이 많았다. 무뚝뚝하고 냉정했던 버스기사만 빼면. 대만은 또 가고 싶은 곳이다. 갸오슝에서 한국어 교수로 4년을 산 작가가 쓴 책이다. 대만 사람들이 이렇다, 저렇다 말해주는데. 대만에서, 특히 갸오슝에서 살건 아니지만 대만인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기분 좋은 책이다. 재미로 읽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읽기 쉬운 책. 권해본다.

개똥철학 2023.03.12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보고.

김은숙 작가님이 잘 짜 놓은 그물에서 헤어 나오기는 힘들다. 시즌 2가 개봉된 어젯밤을 새워 다 봤다. 어른 문동은과 주여정의 연기는 좀 그랬지만. 어린 문동은과 어른의 박연진, 손명오, 전재준, 최혜정, 하도영, 특히 이모님의 염혜란 님의 연기는 진짜인물인 듯했다. 송중기와 송혜교는 비교하면 안 되는 남남인데, 송중기의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미가 없어서 보다 그만 봤는데. 송혜교의 더 글로리는 하루 만에 다 봤다. 송혜교의 승리. 아니 김은숙 작가님과 안 길호 연출가의 대단한 승리. 재미재미만 충실한 미국드라마, 보는 내내 머리 써라 어렵지? 하는 영국 드라마, 이런 것도 있단다 하는 일본 드라마. 한국드라마는 잘 안 보게 된다. 자알 생긴 현빈 공유 같은 배우가 나오면 볼까 하지만 식상한 그렇고 그런 ..

개똥철학 2023.03.11

무라카미 다카시

부산 시립 미술관에서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을 전시 중이란 뉴스를 듣고. 작가가 아주 대단한 사람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눈 앞에 펼쳐진 작품들은 상상을 넘어선 놀라움. 아이들이 좋아할 그림이지만 나이 많은 나도 정말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꽃들과 좀비. 너무 대작이라 크기에 우선 놀라고 하나도 같지 않은 색과 표정을 가진 꽃들은 작가의 상상력이 얼마나 위대한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기괴한 괴물도 예뻐 보였다. 심오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보다 귀신 요물 외계 생물을 상상해보자 하는 놀이 같은 전시회였다. 공부는 못했는지 안했는지 성적은 거의 꼴찌였지만. 아주 특별한 대가가 된 다카시. 하나하나 다 놀랍고 가지고 싶었지만. 입구에 귀신들을 밟고 서 있는 거대한 두 괴물은 감동이었다.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안할 때 많잖아요? 배영하다 머리가 서로 부딪힐 때. 샤워장에서 찬물이 남에게 튈 때. 마트에서 앞사람 발 뒤꿈치를 밀 때. 요가하다 모르고 방귀가 나올 때. 약속시간에 많이 늦었을 때. 예약해 놓고 못 갈 때. 의도하지 않았는데 실수나 불가항력으로 미안할 때, 제발 "미안합니다" 말로 하세요. 웃는 얼굴로 미안하다 하면 거의 없던 일이 되는데, 미안하다는 말을 왜 안 할까요? 쑥스럽고, 말 안 해도 이해해 줄 친한 사이라서?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미안하다'라고 말로, 말을 해야 합니다. 쑥스러우면 연습 좀 하세요. 미소도 연습 좀 하세요. 아무리 잘난 사람도 미안한 일이 생기거든요. 미안하다고 말해라, 하기 전에 바로바로. "미안합니다" 고마울 때도 참 많아요. 동안이다, 살 빠진 것 같다, 예쁘..

개똥철학 2023.02.04

빛나는 사과, 안녕.

어릴 때부터 좀 특이하게 돈을 아주 좋아했어요. 그 아이는 5살 때 집에서 미용실을 차려 마사지, 발관리 해주며 (가족들) 용돈을 벌었어요. 입금만 되는 통장을 만들어 줬는데 고3 수능 이틀 전에 다 찾아서 컴퓨터를 주문하더라고요. 돈을 십 년 넘게 모으더니 하루에 다 쓰는 참 대단한 그 아이는, 아들입니다. 야무지고, 성실하고, 별나고, 가끔 까다롭지만. 사과 중에서도 빛이 나는 반짝거리는 사과입니다. 과장 없이 말하는 겁니다. 천재는 아니지만 영재바로 앞까지는 가고 있는 청년입니다. 이제 대학교를 졸업하고 본인의 일을 향해 부지런히 재미나게 살고 있습니다. 대기업은 연봉도 많고 일도 많겠죠. 작은 회사는 적은 돈을 받겠지만 일하면서 공부할 시간도 있을 거고요. 어디든 본인이 선택해서 의미를 찾으면서 ..

그녀와 그 2023.02.03

보들이 1,2,3위

부산 기온이 영하 12도라면 얼마나 추운 겨울이란 말인가? 가스비가 무서워 보일러를 확 틀고 살 수가 없다. 그래서 보온 물주머니, 수면양말, 포근한 베개 등등이 필요하다. 다들 강아지처럼 보들보들한 겉을 가졌다. 특히 보온 물주머니는 보들이 대회 1위답게 하루종일 안고 있어도 지겨워지지 않는 짧은 털과 중간 길이 털을 가졌다. 게다가 따뜻하기까지 하니 단점이 없는 해피아이. 부드러운 보라색이라 더 보들거림. 고향이 다이소인 2위 분홍 수면양말은 수족냉증의 발들을 보살펴 줘야 하는 강도 높은 의무에도 흐트러짐 없이 보들함을 지치는 귀요미이다. 1위에 밀리지 않음에도 하나 단점이라면 목이 짧아 발목커버가 안 되는 것. 그래도 수면중에 두 발을 감싸주어 걱정 없이 자게 해 준다. 딱딱한 옛날 곡식베개보다 넙..

반갑지 않았다.

나이가 많아지니 온갖 병들이 찾아온다. 그중 하나가 오십견. 어느 날 밤에 오른쪽 어깨가 아파서 잠이 깼다. 아침이나 낮에는 괜찮다가, 순간적으로 악소리를 지를 정도로 통증이 왔다가 사라졌다. 이러다 괜찮아지겠지. 참 병원 가기 싫었다. 한 달에 한번 내과, 두 달에 한번 안과. 어깨 잘 안 낫는다는 말도 많이 들어서, 병원 하나 더 다니기는 정말 싫었다. 음.... 그래서 수영을 시작했다. 처음 강습받는 날, 준비운동하는 것도 아팠다. 오른팔이 뒤로 가지도 않아서 영영 이렇게 바보가 되나 걱정도 됐는데. 한 달 정도 수영을 하니 많이 부드러워졌다. 그래도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아프고, 짜증도 나고. 한의원에 가보자. 침 맞고 물리치료하고. 정말 효과가 없었다. 일주일을 다니고 차도가 없어.... 의..

개똥철학 2023.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