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철학

강원도 여행

퍼루크 2024. 6. 9. 16:01

 

 

강원도는 부산에서 멀고 먼 곳이다.

2박 3일, 여름이 되기 전에 우리는 강원도 여행을 계획했다.

목요일에 아침 일찍 출발했다.

현충일이라 조금 진중한 분위기지만, 오랜만의 먼 길 여행이라 신나고

즐거웠다.

동해바다들을 끼고 국도로 갔다.

저장해둔 노래들을 들으며 차창 밖을 즐기며.

좀 낡은 호텔이지만 넓고 조용하고 뜨거운 물 잘 나오고.

더 바랄게 없는 숙소.

 

속초에 숙소를 정했다.

이틀을 편하게 잘 쉬고 잘 자고.

중요한 게 먹는 건데...

부대찌개만 연속으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속초스러운 것을 먹자.

지나가던 길에 속초중앙시장이 딱 보였다.

그래, 시장에 가면 맛있는 게 많지.

우연한 길에 들어간 시장은 마침 축제기간이라 사람이 많았다.

줄 서서 감자전, 오징어순대, 홍게라면을 먹었다.

오, 맛있네가 아니고.

이 사람 많은 데서 먹고야 말았다, 이야호!

여행지에서 색다르고 복잡한 곳에서 특이한 음식을 먹는 거에 의미를 두자.

분위기가 제주도 동문시장같다.

같이 간 동반자를 잃어버릴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 먹은 음식들은 대체로 괜찮았다.

특히 거진항에서 먹은 생선구이정식은 맛있게 먹었다.

아침 일찍 고성 현내면에 갔다가 라벤더 마을 구경 갔고.

10시가 지나가는데 아침을 못 먹었다.

거진의 수향루에 가서 짬뽕을 먹자 했는데.

오픈시간인 10시 30분이 지나도 문 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수향루 포기하고 그 옆에 있는 "생선천국"에서 생선구이 정식을 먹었다.

너무 배가 고팠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한상 거하게 차려 주셨다.

깨끗한 밥상, 기름이 좔좔 흐르는 고등어 가자미 빨간 고기로 밥을 두 그릇 먹었다.

반찬도 입에 딱.

전혀 기대 없이 들어간 식당에서 대접받는 기분으로 배가 퉁 나오도록 잘 먹고 왔다.

문을 열지 않은 수향루에 감사.

또 한 곳은 고기맛이 기가 찬 "달빛돈가"

다 구워주는 정성이 고맙고 터질 것 같은 달걀찜은 보드랍고 뜨거웠고.

파절이나 고사리무침이나 명란젓이나 다 맛있었다.

식당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으로 인도해 주는 네이버지도는 가끔 무시하고.

현지인들의 안내를 받는 것도 필요하다.

참, 영상으로 만나는 중앙시장의 술빵을 줄 많이 서서 먹어보았다.

다음에 또 먹고 싶은 최고의 술빵이다.

왜 줄 서서 사는지 완전 수긍이 가는 맛이다.

시장은 주차도 그렇고 위생도 그렇고 편한 곳은 아니다.

여행객들은 각오를 하고 간다.

불편을 참으리라.

그래도 조금씩 변해야 계속 찾아가고 좋아라 하지.

불편을 고칠 생각이 없으면 망하는 관광지가 될 것이다.

 

라벤더마을은 차로 가더라도 먼 곳에 있다.

그렇다고 극적으로 멋진 곳은 아니다.

기념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맛있는 먹거리는 아이스크림을 빼면 

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입장료 6000원을 내고 들어가 볼만한 크기의 정원도 아니다.

추천하지 않는다.

대신 영랑호는 추천.

입장료도 없고, 20층에 스타벅스가 있다.

멋진 경치를 보고, 호수를 산책해도 좋다.

 

강원도는.

설악산의 웅장한 모습이 대단하다.

차로 돌아다니기에 좋은 도로도 많다.

바다도 너무 멋지다.

파도는 매번 힘차고 신난다.

몇 년에 한 번 여행 같은 여행을 한다.

집으로 돌아와 숙소나 먹거리를 추억하는 이번 여행은.

다정하고, 친절하고, 장난 많은 남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같은 성향이 아닌데도 거의 모든 걸 양보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