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철학 64

힐링 미용실이라면서.....

우리 동네는 가을이 한창이다. 여름 쑥쑥 자란 머리카락을 정리하러 미용실에 갔다. 단골 미용실이 없다. 동네 미용실은 많지만, 나의 특이한 머리통과 억세고 부피 많은 머리카락을 마음 놓고 맡길 곳을 찾지 못했다. 미용실을 갈때마다 불안하다. 두 번 갔던 오래된듯한 미용실은 커트하고 나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청소를 자주 안 하는지, 더럽고 어수선하고. 원장샘이 얼마나 말이 많은지 시끄러워서... 상가 입구에 새로 생긴 미용실이 있어서 고민 없이 들어갔다. 이름도 '힐링'이라니. 두 명의 손님이 염색하고 파마 중. 나는 커트를 받았다. 아주 거친 손이 머리를 뜯듯이 가위로 커트를 하는데. 뭐.... 기분이 심히.... 욕이 나올려는 걸 꾹꾹 참고, 대충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구처럼 잘린 앞머리.... ..

개똥철학 2023.11.06

대규모 집착 시설

어릴 때 유치원을 반년 다녔다. 어린이집은 없었고. 조금 돈이 있는 집은 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냈다. 나는 어릴 때 너무 약해서 유치원을 다니다 말았다. 결혼하고 애들은 어린이집에 보냈다. 동네에 있는 보통의 어린이집. 엄마와 집에 있는 거보다, 할머니가 봐 주는 거보다. 어린이집에서 선생님과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재미있고 유익했을 것 같다. ​ 이제 노인들이 너무 많아진 세상. 도시나 시골이나, 노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와서, 요양원에 입소, 또는 요양병원, 아니면 럭셔리 아파트? 요양원이라면 죽으러 가는 고려장처럼 생각하는 노인들. 틀린 생각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식들이 늙은 부모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살피는 건 불가능이다. 자식들에겐 완전한 보호가 필요한 또 "자..

개똥철학 2023.07.29

일방적인 글쓰기

일단 글쓰기는 극히 주관적일 때가 많다. 같은 사람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만나도 다른 사람을 만난 게 되고. 그 사람을 표현하는 글도 아주 다른 글이 된다. 글 쓰는이야 조금 신나는 기분으로 (대부분) 자신이 느낀 사람이 어떻고 어떻다.....라고 쓰지만. 아니지, 그런 사람이 아닐 경우가 허다하지 않을까? 오로지 글쓴이의 주관적인 느낌일 뿐인데. ​ 내가 그 글의 주인공이면 "아니야 그건 내가 아니야"라고 소리칠 것 같다. 그렇지만 이미 글로 세상에 나오면 끝. 그래서 글 쓰는 사람이 갑일 수도 있다. 읽는 사람은 알아야 한다. 진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것. ​ 나도 그런 글을 쓰지만 순전히 일방적인 글일 뿐이다. 특히나 싫은 사람에 대한 글은 내 앞에 있는 사람의 뒷면을 더 더 많이 드러..

개똥철학 2023.07.25

언니들을 만나면.

오늘 더위를 무시하고 선배 언니 둘을 만났다. 오랜만에 시간을 맞춰 만나는 거. 멀리서 오는 언니와 가깝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언니. 왜 언니들이 나를 만나주는가?는 아직 풀지 못한 의문이다. 참으로 보잘것없는, 언니들의 스펙과는 비교가 안되는 하찮은 사람인데도. 꼭 불러서 맛있는 거 사주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 대학 1학년 때 처음 만났다. 동아리 선배 언니라 전공도 다르고 동기도 아니라. 동아리가 참 재미없었는데. 언니들이 밥 사주고 호떡 사주고 데리고 다니고.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져 오고 있다. 순전히 언니들의 공이다. 언니들의 덕으로 만나면 좋고 재미있고 이야기가 끝이 없는, 진짜 언니 같은 친구 같은 귀한 인연이 되었다. ​ 언니들을 만나면 조금 영양가 없는 헛소리도 한다. 뭐든 다 ..

개똥철학 2023.07.17

어쩔 수 없는 일

내 힘이나 노력으로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일은. 너무 많다. 요 며칠 동안은 너무 많은 비가 와서 결국 인명피해가 났다. 외출 자제, 창문 닫기, 살살 조심히 걷기... 그 외에 자연이 하는 일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 부산도 더울 땐 37도를 오르내린다. 물 많이 마시고 샤워하고 에어컨 밑에서 낮잠 자는 ... 팔자 늘어진 일밖에.... 타오르는 지구 위에 살면서 뭘 어쩔 도리가 없다. ​ 나 하나 하루 잘 보내기. 남에게 폐가 안되게 조심하기. 아프면 혼자라도 얼른 병원 가서 크게 아프지 않기. 사고 싶어도 참고 쌓아 놓고 일 벌이지 말기. 좋은 말은 아끼지 말고, 나쁜 말은 꺼내지 말기. ​ 참으로 보잘것없는 인생이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일에 두려워하고 짜증 내고 휘말리지..

개똥철학 2023.07.16

습관,치매,안압

좋은 습관은 빛나는 금보다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습관을 몸에 붙이기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의지가 있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하루를 정해진 시간대로 잘 보냈을 땐 보람도 있다. ​ 어떤 위급한 일이 생겼을 때 (미처 생각이 안 나는) 습관이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 부모님이나 친척 중에 치매환자가 없다는 건 참 다행이다. 간혹 지인 중에 치매 초기 진단을 받은 이가 있는데 안타깝기 비할 데가 없다. ... 아주 중증으로 유아기로 돌아간 사람도 있는데. 본인은 물론이지만 가까운 가족이 가장 큰 괴로움을 받는 것 같다. 가족이기에 남에게 맡길 수가 없고, 낫는 병이 아니라 거의 끝까지 가야 하는 것... ​ 최악의 병이 아닌가. 제발 나는 피해 갔으면 좋겠다. 두세 달마다 안과..

개똥철학 2023.07.14

수영장

매일 수영을 한다. 작년 11월부터. 자유수영 1시간, 강습 1시간. 건강하려고 시작했지만, 수영을 좋아하는 편이다. 걸어서 십분 거리라 수영장은 편하게 슬리퍼 신고 간다. ​ 5월부터 사람이 조금씩 많아지더니, 지금 7월은 많은 정도가 아니다. 샤워 한번 하려면 줄을 서야 하고. 좁은 샤워장에 사람이 바글바글 거리니 사고 날까 무섭다. 바닥이 항상 비눗물이라, 참 찝찝하고. 수질도 좋지 않다. 물속에서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 ​ ​ 여기가 발리다,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다녔는데. 장마철이라 곰팡이도 천장에 창문에 .... 더러운 것만 자꾸 보인다. 강습시간에 사람이 많으니 실제로 수영을 하는 시간보다 서 있는 시간이 더 길다. 다른 수영장을 다녀야 하나? 남편 돈으로 수영장 다니면서 좀 싼 비..

개똥철학 2023.07.13

부산에 온 박민우 작가

나는 박작가의 책을 참 좋아한다. 처음 일만 시간동안의 남미를 도서관에서 읽고. 그때는 아이들이 어리고 일을 하고 있어서 여행은 꿈만 꾸고 있던 때. 나 대신 남미를 여행하고 이야기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말 이런 책은, 처음으로 감동을 받았다. 여행기가 이렇게나 재미있다니. 박작가의 책은 갈수록 익어가는 벼처럼 단단하고 영양 가득. 인스타를 박작가 때문에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처음 시작하는 나에게, 섬기는 글쟁이라며 맞팔을 해 주었다. 너무 신기하고, 고맙고. 명랑하고 건강하고 잘 웃고 친절하고. 글 잘 쓰고. 그의 글은 내가 평소에 생각하고 고민하던 것들과 비슷하다. 참으로 느낌이 비슷하다.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고. 그러나 딱 거기까지. 동영상이나 라이브는 별로이다. 말보다는 글이 훨..

개똥철학 2023.07.12

토요일엔 어떤 생각을 하나?

토요일 아침은 바쁘다. 밥 좋아하는 남편님, 뭐라도 아침을 차려야 한다. 보통의 그 시간은 완전 느긋하고 내 마음대로의 것인데. 토요일은 밥줘 네가 일주일에 하루도 밥을 안 차려 주면서, 어쩌고저쩌고 끝없이 이어지는 말도 안 되는 투정을 받아야 한다. 그 전에 서둘러 밥이든 빵이든 내놔야 한다. 규칙적인 내 시간에 당신도 좀 맞춰보라고 하고 싶은데. 만약에 아침을 좀 늦게 차리면 뭔가가 불편해진다. 뭐든 잘 먹고 많이 먹는 남편이지만 얄미울 때가 있다. 아침은 영 힘이 없고 ( 늘 힘이 없지 ) 밥 먹기 싫다. 제 손으로 먹고 싶은 거 차려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토요일은 수영을 할 수가 없다. 강습도 없고, 자유수영은 사람이 너무 많아 입장조차 안된다. 그래서 찝찝하고 몸이 퍼덕거린..

개똥철학 2023.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