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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살인

홍진호(황정민), 장광수(류덕환), 순덕(엄지원), 오영달(오달수) 일단은 좀 색다른 영화. 조선시대 탐정과 의생의 조합이다. 잠깐이지만 양반댁 마님이 발명가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초반에 흥미롭고, 중반을 넘어가며 단순하게 범인이 보인다. 그래도 실제로 존재하던 세상보다, 상상의 세상이라 생각하고 보면 재미있다. 조선시대에도 사람이 살았고 지금이나 그때나 사람이 저지르는 나쁜 일은 크게 다르지 않구나. 양복을 입은 (꽉끼는) 황정민과 키가 작지만 아주 똑똑하게 보이는 류덕환과 너무 예쁜 순덕. 세 사람의 연기가 잘 어울린다. 장터에서의 액션씬은 좀 과하다는 생각이 있지만, 그래도 진호가 군인이었으니 이해는 된다. 아무리 의생이라도 시체를 주워 와 해부를 한 설정은 무리가 아닌가? 따지고 보면 재미가 없다..

퍼루크 2024.04.10

불륜에 대한 이중적 나의 자세

나는 불륜, 외도, 바람에 대해 극단적으로 부정적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바람이 났고, 두 집 살림을 당당히 차렸다. 부모의 일을 자세히 이해하기엔 너무 어렸고, 매일 싸우고 시끄러운 집이 적응이 되어 있었다. 아버지의 외도로, 중학교 2학년때부터는 아예 아버지가 집을 나갔다. 다섯 명의 딸을 키우는 엄마는 나름 죽을 고생을 했겠지만. 나를 포함한 다섯의 자매도 말로 다 할 수 없는 힘든 일을 겪었다. 그러면서 바람피는 아버지를 미워하고 도저히 이해할 수도 없었고.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 생각할 정도로 창피했다. 내가 잘못한건 없는데 내 잘못인 것처럼. 외도는 당사자와 배우자뿐 아니라, 어린 자식들어게도 쓰나미 같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된다. 그런 거 다 생각하고 신경 쓰는 인간이 바..

개똥철학 2024.04.08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편의점'이 들어간 책이 많다. '불편한 편의점'을 먼저 읽었다.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의미 있게 재미나게 읽었다.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은 워낙 광고를 많이 해서 한번 읽어 본 책이다. 일본 기타큐슈 모지항이 무대이다. 점장인 '시바',무엇이든 맨 '쓰기', 파트타임 직원 '미쓰리', '쇼헤이'가 주요 인물이다. 술술 잘 읽을 수 있는 에피소드가 텐더니스 편의점을 이야기해 준다. 그리 특별한 소설은 아닌데, 왜 베스트셀러가 됐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표지가 요즘 유행하는 분위기라서? 쉬운 내용이라 잘 넘어가서? 일본의 편의점 도시락이나 디저트가 잘 묘사되어서? 나는..... 대단한 기대를 가지고 읽었는데 조금 실망. 처음부터 기대를 가지지 않고 읽으면 재미있는 책이 될..

퍼루크 2024.04.03

밤길 신경숙 소설

죽음은 거국적인 상대든, 개인적인 것이든.... 황망하고 슬픈 것이다. 나이가 많은 노인은 죽고 싶어도 죽지를 않고, 너무 아까운 사람은 일찍 죽기도 한다. 그 죽음을 지켜보는 사람은 자책을 하기도 하고 끝없이 후회하기도 한다. 그러나 죽지 않는 사람이 있나? 조금 일찍 죽거나 많이 일찍 죽거나.... '밤길'을 정처 없이 걸어가는 중이다. 작가의 죽음에 대한 표현은 눈 내리는 추운, 목적 없는 곳을 새벽에 걸어가는 나. 위로를 주고 싶다. 네 탓이 아니야. 네 탓이라고 하지말고 잠깐만 슬퍼하고 다시 너의 자리에 돌아가.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오면 네 길로 돌아가.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서, 네 친구를 위해서 남은 사람을 위해서. 그리고 너를 위해서.

퍼루크 2024.03.29

겨울우화 신경숙소설

1985년 '문예중앙' 등단작. 1985년은 내가 대학교에 입학한 해이다. 소설의 내용과는 다르게 꽤 현대적이고 과학적이었던 때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하나도 그렇지 못했다는 건 요즘에야 절실히 느낀다. '겨울우화'라는 제목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동물이나 사물을 빗대어 교훈을 주는 이야기는 아니고. 하늘에서 비처럼 내리는 꽃은 더더욱 아니고.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고 이야기한다는 뜻인지... 아니면 어리석은 이야기? 나의 1985년을 비교하며, 나의 어리석고 유치했던 그때를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어리석고, 유치하고 모순적이다. 남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나를 안고 있다. 어느새 노인이 되어 길에서 쓰러져 남의 등에 업혀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되었다. 1985년의 나는 지금의 나를 상상..

퍼루크 2024.03.28

파친코

선자(윤여정), 한수(이민호), 어린 선자(김민하), 솔로몬(진하), 모자수(박소희) 8부작 드라마. 원작 소설보다 표현이 더 섬세하다고 한다. 아직 소설을 읽어 보지 못했다. 소설은 모든 것을 상상해서 오로지 읽는 동안 감독이 되는 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는 감독의 생각이나 의지가 훨씬 많이 들어가 있는. 머리 안 쓰고 편안히 주입식 감상만 하면 되는데, 보통은. 그러기엔 '파친코'는 매회마다 그냥 보기만 하지 말고 생각을 하라고, 의도한 단서들을 잘 찾아보라고 하고 있다. 화면의 비율이나 과거에서 더 과거로 움직이는 (순간순간) 빠른 전환이나. 7화의 한수 에피소드는 왜 이민호를 한수로 캐스팅해야 하는지도 잘 보여준다. (이민호의 연기가 인물만큼 멋있다.) 8부의 드라마이고 주인공은 선자..

퍼루크 2024.03.23

참으로 피곤한 노인 천국

아파트 내에 헬스장이 있다. 월 2만 원이면 아침 6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몇 달째 헬스장에서 한 시간 운동을 하고 온다. 오전 10시에도 가 보고, 오후 3시, 저녁 시간에도 가봤지만. 언제나 할아버지들이 있다. 큰 소리로 소리지르듯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고. 힘에 겨운 기구들을 드느라 신음소리를 내고. 피해서 다녀봐도 어느때나 그러하다. 운동하러 갔다가 스트레스 잔뜩 받고 온다. 오늘은 참다 참다 조용히 말씀하시라고, 그랬더니 집에서 운동하지 왜 나오냐고 한다. 상주해서 관리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할아버지들이 전세라도 낸 듯 행동한다. 주위에 참고 은동하는 사람들의 인내를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는 '꼰대'들의 부끄러운 대답이다. 수영장은 할머니들의 천국이다. 레인을 차지하고 관광이라도 ..

개똥철학 2024.03.21

김영란의 책읽기의 쓸모

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큰글자도서) 창비 50주년 특별기획 '공부의 시대'에 참여한 저자들은 입을 모아 지금이야말로 공부를 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각 분야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온 강만길, 김영란, 유시민, 정혜신, 진중권 다섯명의 지식인들이 '나'와 '세상'에 대해 묻고, 고민하고, 손 내미는 '진짜' 공부를 말한다. 대한민국 사법사상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자 '김영란법'으로 많은 사회적 관심과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김영란 전 대법관은 독서광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오늘의 자신을 만들어온 것이 '쓸모없는 책 읽기'였다고 고백하며 자신의 독서 편력을 통해 책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를 탐문한다. 저자는 지식 욕구를 채우거나 어디에 써먹을 수 있는 공부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책에 대한 탐닉은 쓸모있는 ..

카테고리 없음 2024.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