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입추, 가을이 시작된다고 생각했던 절기.
2025년 오늘은 입추를 비웃기라도 하듯 덥고 찐다.
여름의 일터는 더하고 덜한 정도는 있겠지만, 식당 주방의 힘든 온도는
매일 인내력을 시험하는 고난의 바다이다.
젊은 사람보다 나이가 많은 중년, 노년의 직원들은 특히나 여름의 고온다습 주방이
힘이 든다.
끓이고 튀기고 찌고 수저를 삶고.
게다가 모든 것들이 무겁고 뜨겁고.
앞치마, 장화, 마스크, 모자까지.
다 던져버리고 탈출하고 싶은 순간이 자주 있다.
그래도 착한 사람들과 일을 하고, 맛있게 먹는 손님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사장님이 돈을 많이 벌고, 직원들도 월급을 많이 받으면 더 더 좋겠지만...
나는 국을 배식하고 식판을 설거지하고 하수도 청소를 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일은 힘들지만 내가 잘하는 일이고 돈을 버는 일이다.
나쁜 일을 하는 게 아니고 덥고 힘이 많이 필요한 일이다.
손님들도 우리 일을 무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에 한 명 정도는 이상한 말을 하고 쓸데없는 욕심을 부려 황당하게 만든다.
그런 사람 때문에 내 일을 그만둘 생각은 없다.
평균 이하의 밑에 있는 저급한 인간들 때문에 상처받을 필요도 없다.
지나가는 바람보다 못한 순간으로 보내 버리면 된다.
이름뿐인 입추지만 밤이 되니 귀뚜라미가 운다.
추워서 덜덜 떨면서 배식한다는 말도 좀 있으면 하겠다.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아름다운 계절이 천천히 오고 있다.
'개똥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법화경 사경 (0) | 2025.12.25 |
|---|---|
| 나는 생명 연장, 유지, 이런거 안할거다. (0) | 2025.12.03 |
| 휴가철의 구내 식당 (5) | 2025.08.05 |
| 묵사발 (3) | 2025.07.24 |
| 월요일의 구내 식당 (2) | 2025.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