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의 아침은 정신이 없다.
밥 두가지, 반찬 네 가지, 국, 수박화채.
네 명이 발을 동동 구르며 준비를 한다.
국은 매일 빠지지 않는 메뉴이다.
큰 솥에 국을 끓이면 주방 전체에 은은한 열기가 펼쳐진다.
육개장이나 청국장을 끓이는 날이면 열기는 더 심하다.
배식대 밑에도 국을 계속 끓이는 불이 있어 겨울에도 배식대는 뜨끈뜨끈.
이렇게 더운 여름에 뜨거운 솥 앞에서 국배식을 하다 보면 어느새
온몸이 달아오른다.
모자 쓰고 목장갑에 비닐장갑, 마스크, 앞치마로 무장했는데.
국까지 아주 숨이 막히게 한다.
그런데 드디어 오늘.
미역오이냉국.
사장님에게 냉국 좀 하자고 여러 번 건의했는데 매번 묵살당했다.
정수기에서 물을 받는 담당인 사장님이 귀찮다는 이유로.
그래도 손님들의 요청을 외면하긴 힘들었는지 오늘 메뉴는 '냉국'.
국 하나 안 끓이는데 주방이 청정하다.
열기가 많이 사라졌다.
국 배식이 시원하다.
손님들도 냉국이 시원하고 맛있다고.
일주일 내내 냉국이 나오기엔 무리가 있다.
일단 냉국 종류가 많지 않다.
같은 종류의 메뉴를 일주일 내면 손님들이 외면한다.
그래도 일주일에 두 번이라도 냉국이 나오면 좋겠다.
나는 내가 냉국을 이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다.
입맛까지 확 살아나는 느낌이다.
또 입맛을 살아나게 하는 메뉴가 있다.
다시마채 무침.
오늘 처음 먹어 본 반찬인데, 진짜 맛있다.
워낙 요리는 나의 영역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는 모른다.
입만 살아서 맛있는 거 알아보는 것만이라도 하고 있으니....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다시마채인데, 젓갈이 들어가니 때깔이 반지르하며
탱탱한 몸매에 짭짤하고 약간 매운맛이...
새로운 발견.
여름에는 이열치열이라고 더운 음식을 많이 먹는지 모르겠다.
나는 시원한 음식이 좋다.
더워 죽을 것 같은데, 밥도 국도 반찬까지 뜨거우면 곧 죽을 것 같다.
보양식이라고 먹는 탕 종류는 그렇다 치고.
매일 먹는 끼니가 시원하고 가볍고 부드러우면 좋겠다.
오늘은 바람도 분다.
오늘 같은 날이면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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