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철학

미역오이냉국이요

퍼루크 2025. 7. 11. 00:36

구내식당의 아침은 정신이 없다.

밥 두가지, 반찬 네 가지, 국, 수박화채.

네 명이 발을 동동 구르며 준비를 한다.

국은 매일 빠지지 않는 메뉴이다.

큰 솥에 국을 끓이면 주방 전체에 은은한 열기가 펼쳐진다.

육개장이나 청국장을 끓이는 날이면 열기는 더 심하다.

배식대 밑에도 국을 계속 끓이는 불이 있어 겨울에도 배식대는 뜨끈뜨끈.

이렇게 더운 여름에 뜨거운 솥 앞에서 국배식을 하다 보면 어느새

온몸이 달아오른다.

모자 쓰고 목장갑에 비닐장갑, 마스크, 앞치마로 무장했는데.

국까지 아주 숨이 막히게 한다.

그런데 드디어 오늘.

미역오이냉국.

사장님에게 냉국 좀 하자고 여러 번 건의했는데 매번 묵살당했다.

정수기에서 물을 받는 담당인 사장님이 귀찮다는 이유로.

그래도 손님들의 요청을 외면하긴 힘들었는지 오늘 메뉴는 '냉국'.

 

국 하나 안 끓이는데 주방이 청정하다.

열기가 많이 사라졌다.

국 배식이 시원하다.

손님들도 냉국이 시원하고 맛있다고.

일주일 내내 냉국이 나오기엔 무리가 있다.

일단 냉국 종류가 많지 않다.

같은 종류의 메뉴를 일주일 내면 손님들이 외면한다.

그래도 일주일에 두 번이라도 냉국이 나오면 좋겠다.

나는 내가 냉국을 이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다.

입맛까지 확 살아나는 느낌이다.

 

또 입맛을 살아나게 하는 메뉴가 있다.

다시마채 무침.

오늘 처음 먹어 본 반찬인데, 진짜 맛있다.

워낙 요리는 나의 영역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는 모른다.

입만 살아서 맛있는 거 알아보는 것만이라도 하고 있으니....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다시마채인데, 젓갈이 들어가니 때깔이 반지르하며

탱탱한 몸매에 짭짤하고 약간 매운맛이...

새로운 발견.

여름에는 이열치열이라고 더운 음식을 많이 먹는지 모르겠다.

나는 시원한 음식이 좋다.

더워 죽을 것 같은데, 밥도 국도 반찬까지 뜨거우면 곧 죽을 것 같다.

보양식이라고 먹는 탕 종류는 그렇다 치고.

매일 먹는 끼니가 시원하고 가볍고 부드러우면 좋겠다.

오늘은 바람도 분다.

오늘 같은 날이면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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