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철학

수세미

퍼루크 2025. 7. 8. 00:28

설거지에 있어서 수세미는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

세제를 잘 품고 있다가 손 안에서 빠져나가지 않고 한 두 번의 움직임으로 

식판의 더러움이 싹 가야한다.

녹색의 아주 흔한 그 수세미는 손에서 잘 빠져나가고 가루가 나오며

처음의 까칠함이 금방 사라져 버린다.

가는 철사가 들어 있는 직사각형 빨간, 파란 수세미는 며칠 지나면 

힘이 다 빠져버린 스펀지가 되고 만다.

하나에 천 원 정도 하는데, 본전 생각으로 버리지 못하고 쓰지만 설거지가 잘 되지는 않는다.

철 수세미는 가성비 좋고 잘 씻기지만 주방에선 쓸 수 없다.

철사가 빠져 음식에 들어가면 큰일이다.

가스레인지나 오븐이나 탄 솥을 씻기에 딱인데 절대 쓰면 안 된다.

그래서 한정된 수세미로 힘 적게 들이고 설거지하는 게 관건이다.

 

사장님 따라 코스트코에 가서 구석에 진열된 '스크럽 대디'를 샀다.

8개 들었는데 가격은 이만 원을 훌쩍 넘는다.

구내식당 주방에서 쓰기엔 비싼 수세미.

그래도 사장님이 한 번 시험 삼아 써보라는 친절함에 망설임 없이 데려왔다.

스크럽대디는 유튜브나 인스타에서 인기를 끌었던 유명한 수세미.

아니 수세미 이름을 알고 있다니, 유명하긴 한 물건이다.

 

식판을 닦는데 써보니 확실히 비싼 값을 한다.

한 손에 부담 없이 들어오고, 오래 잡고 있어도 손이 편하다.

한 번 지나가면 더러움이 닦인다.

웃고 있는 얼굴이 명랑해서 기분도 좋고.

비싼 수세미를 사준 사장님이 고맙다.

집에 하나씩 가져가서 써보라고 한다.

싸구려 수세미를, 그것도 닳아빠질 때까지 썼는데.

비싸고 유명한 수세미로 설거지하니 기분이 좋다.

겨우 수세미로 플렉스 하냐고 비웃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오늘은 스크럽대디로 기준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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