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알바가 식판만 잘 씻으면 되는 거 아냐?
아니다.
국 배식 시간이 되기전에 해야 할 일은 정말 많다.
요리를 하는게 아닌 순대 썰기 정도는 해야 한다.
조리사는 순대 따위 썰 시간이 없다.
오늘 메뉴 중 순대는 20킬로, 내장은 10킬로.
쪄서 쌈장에 찍어 먹는 , 손님들 좋아하는 메뉴.
오늘 순대가 나갈 줄 알았나....
미리 유튜브에서 순대 빨리 썰기 영상이라도 보고 갔으면 좋았을 뻔!
뜨거운 순대는 손으로 잡고 있기도 힘들다.
내장은 더 뜨겁다.
칼이 잘 들어야 하는데, 썰다 보면 칼은 무뎌지고 써는 건지 뜯는 건지....
칼 갈 시간이 없다.
갈아도 금방 순대가 들러붙어 무뎌진다.
순대 써는 칼은 크고 무게가 있어 손목에 힘을 빼고 요령 있게 썰어야 하는데.
나는 손목과 손바닥에 힘을 주고 탁탁 써니....
왼손은 뜨거워라 랄랄라, 오른손은 아프고 손가락이 잘 구부러 지지도 않는다.
순대 썰기에 이렇게 아침부터 땀을 쏟을 줄 몰랐다.
내장은 난도가 높다.
일단 냄새가 내가 극혐 하는 고기 냄새, 그리고 생김새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이상한 모양.
순대도 내장도 좋아라 하는 음식이 아니다.
손님이 좋아하는 거라.....
꾹꾹 숨을 참아가며 그 많은 순대를 다 썰었다.
마스크 안에서 땀이 퐁퐁, 비닐 앞치마 안 옷은 다 땀으로 젖었다.
유튜브의 순대 썰기 달인은 중학생 때부터 순대를 썰었다 한다.
오늘 처음 순대
썰기에 입문한 나의 초라한 행색은 오늘까지.
다음 순대 썰 때는 오늘과는 다른 실력을 보이겠다.
칼부터 하나 사야겠다.
순대나 내장이나 잘 썰고 싶다.
세줄 동시는 아니라도 한 줄을 빨리 힘 안 들이고 잘 썰고 싶다.
달인까지는 아니라도 내가 만족하며 즐기면서 힘 안들이고 일하고 싶다.
오늘도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