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시장 입구는 조용하다.
시장인데 이상하게 고요하고 깨끗하다.
간판들은 오래되었지만 정갈하고,
바닥엔 쓰레기 하나 없고,
골목엔 바람도 천천히 돈다.
가끔 시장통 안에서 찐빵 찌는 냄새가 슬며시 흘러나오고,
각종 전부치는 할머니의 손길이 익숙하다.
그 아저씨.
쪼그려 앉아 종이박스를 정리하는 아저씨.
할아버지인가 싶지만 얼굴을 보면 또 그렇지도 않다.
동안인가, 아니 나이를 모르겠다.
정리를 하는 손길이 조심스럽다.
나는 아저씨의 등을 피해 지나간다.
눈이 마주칠까봐.
괜히 아는 척하게 될까 봐.
하지만 아저씨는 매번 등을 홱 돌려 나를 본다.
"안녕하세요"
우렁찬 인사.
목소리가 다정하고 튼튼하다.
나는 깜짝 놀라서 고개를 꾸벅 숙인 뒤 도망치듯 걸어간다.
그 아저씨 이름은, 가족은, 어디 사시는 걸까?
마음 한편이 자꾸 간질거린다.
어디선가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그 아저씨 손도 떠오른다.
낡은 운동화도, 터진 장갑도.
종이박스를 모아두었다가 괜히 버린다.
편의점사장님, 트럭기사아저씨, 지나가는 아줌마들.
다들 아저씨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 연휴는 잘 보내셨어요?" ," 오늘 날씨가 덥네요".
누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인사는 당연한 듯 오간다.
나는 인사에 끼일 자신이 없다.
소심한 내향인.
그런데 며칠 전.
시장 백반집 사장님이 자기네 식당의 낡은 구루마를 꺼냈다.
기름칠을 학고 페인트칠도 하고.
그 구루마를 아저씨에게 건넸다.
종이박스 옮길 때 쓰라고.
아저씨는 처음 생긴 자기 구루마를 신나게 끌고 시장입구로 갔다.
그날 이후 아저씨는 종이박스를 더 많이 정리했다.
시장 여기저기 아저씨와 구루마를 볼 수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집에서 나온 종이박스를 묶어서
시장 입구에 놓았다.
누가 가져갔는지 보지 못했다.
굳이 보지 않아도 괜찮았다.
나는 오늘도 감전시장 입구를 지나간다.
그리고 아저씨가 또 나를 보고 말겠지.
그 특유의 우렁찬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나는 또 놀라서
고개를 꾸벅 숙인다.
하지만 오늘은,
딱 한 마디 더 붙였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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