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야마(야쿠쇼 코지)
도쿄 공중화장실을 청소하는 중년의 아저씨이야기.
거의 비슷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와중에.
책을 읽고, 카세트 테이프로 올드팝을 듣고.
공원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철저하게 화장실 청소를 하고.
공중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사진기로 나무를 찍고, 현상해서 사진을 간직하고.
옛날 방식으로 얼마든지 잘 살아가고 있는 디지털 세계 속에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히라야마.
그의 얼굴은 웃는 것 같기도 하고 눈물이 맺힌 것 같기도 하고.
행복해 보이면서 외로워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다.
일본의 화장실이 깨끗하다는 것은 나도 느껴본 사실이다.
일본의 도시나 시골이나 화장실은 냄새도 안 나고 깨끗하고 단정하다.
화장실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진 나로서는 영화에 나오는 화장실들이
부럽고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어서 놀랬다.
대사도 별로 없고 화장실이 주 무대인 이 영화는 누가 처음 생각을 했을까?
독하고 잔인하고 매운 영화들 속에서 이런 싱거운 영화가 있다니...
야쿠쇼 코지는 연기력으로 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의 연기를 보는 편안한 즐거움도 있다.
나도 화장실 청소부가 되고 싶다.
그렇게 영화는 보는 사람을 바꾸는 것 같다.
아침에 눈 뜨면 주저 없이 일어나, 스케줄대로 청소하고.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바람이 불면 바람 부는 대로.
오랜만에 영화를 재미있게 편안하게 보았다.
머리 쓰지 않고, 반정을 꾸며내지 않고.
이렇게 심심한 이야기도 재미있는 영화가 될 수 있다니....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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