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 메뉴 중에 국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메뉴이다.
가끔 국을 안 먹는 손님은 있다.
그러나 국은 구내식당의 얼굴이라 할 수 있다.
국솥 밑에 가스 불을 켜 놓는데, 겨울은 따뜻해서 좋은데 여름엔
하체가 후끈후끈 사우나 시설 같다.
11시부터 12시 10분 까지는 국을 배식한다.
그 이후엔 사장님이 국배식을 하고 나는 식판 설거지를 하고.
국 중에서 배식하기 제일 힘든 국은 감자탕이다.
뼈를 하나씩 국그릇에 담고 우거지도 적당히 담아줘야 한다.
근데 뼈를 하나씩 담기 힘들고 우거지는 그릇에 걸치기 쉽고 국물은 잘 넘친다.
그렇다고 큰 그릇에 배식을 하면 감자탕을 너무 많이 주게 되어
식당이 망하게 된다.
국으로 주는 걸로 배를 채우자 하는 손님이 많다.
그다음으로 힘든 국은 만둣국.
미리 그릇에 만두를 세팅해 놓으면 그릇 밑바닥에 만두가 달라붙어
보기에 더럽다.
국에 만두를 넣고 배식하면 만두가 불어서 식감이 안 좋다.
또 개수를 정확하게 3개, 4개씩 넣기가 어렵다.
만두를 많이 주면 나중에 오는 손님은 만두 없는 만둣국을 먹어야 한다.
다음은 근대국, 얼갈이 된장국 같은 채소 많은 국.
그들은 그릇에 달라붙기 재주를 가지고 있다.
특히 근대는 그릇에 붙어 있으면 지저분하게 보인다.
맛있고 영양가 많은 장점도 있지만 국퍼서 예쁘게 배식하고 싶은
마음을 근대는 몰라준다.
콩나물국은 그릇밖으로 삐죽삐죽 나와있는 대가리며 꼬랑지를 잘 달래서 그릇
안으로 재빨리 넣어 주는 기술이 필요하다.
뭐 국 푸는데 기술까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짧은 시간에 밀려오는 손님들을 한 번 감당해 보시라.
이 글은 실제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글이다.
과장이나 허세가 아니다.
그러나 이제 나는 어떠한 국이라도 걱정이 없다.
근육 불끈 알통을 장착한 긴 팔이 있고, 한 번 쓱 보면 오른쪽에 몇 명 왼쪽에 몇 명의 손님이 서 있는지 안다.
국을 재빨리 예쁘게 담고.
(특정 손님의 국 양도 알고 요청 전에 딱 맞춰 국을 뜬다)
'맛있게 드세요'라는 인사는 손님이 국을 딱 가져갈 때 한다.
그러면 거의 모든 손님들이 인사를 한다.
나의 손님들은 정중하고 발랄하고 위트 있다.
그건 다음에 이야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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