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미처 정리가 안되었고, 봄은 올 듯 말듯한 3월 어느 날.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 속초, 거의 끝을 목표로 남편과 여행을 떠난다.
숙소는 속초에 2박을 하기로 하고.
제천 중앙시장에서 점심을 먹자 했는데.
제천에 있는 인스타 맛집 만두집은 11시가 훨씬 넘었는데도 문을 꽉 닫아 놓고 있었다.
얼마나 열심히 찾아갔는데.
배신감이 확 왔다.
제천은 너무 시골이고 촌이라, 중국집도 문을 안 열음.....
만두 하나 천 원, 열개사서 차에서 먹으면서 올라왔다.
할 말이 없었다.
인스타에선 아주 장사가 잘 되는 가게였는데.
현실의 가게는 실망.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웠다.
추울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이 휘날리니, 기분은 안 좋았다.
속초, 숙소에 도착해 저녁으로 부대찌개.
하루 중 처음 제대로 된 밥을 먹었다.
수요일 저녁의 속초는 밥가게가 많이 닫혀 있었다.
부대찌개는 고마운 메뉴였다.
흑미밥이 따뜻하고 찌개가 딱 간이 맞춤이었다.
손님이 우리만 있어서, 조용하고.
일찍 잠이 들었다.
뭐, 할 것도 없으니.
다음날은 고성에 있는 남편 산에 갔다.
이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남편의 산이 잘 있나 가보는 것.
속초에서 한 시간이면 도착한다.
등산 싫어하는 실내용 인간, 나는 차에서 동영상이나 보고.
날씨가 참 좋다.
따뜻한 햇빛 덕분에 기분이 좋아져 백담사로 가자.
백담사는 참 안 가지는 곳이었다.
지난 번에는 입구에서 자차로 못 간다 해서, 그럼 안 가지 뭐.
했던 곳.
오늘은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간다.
관광객이 많다.
바다엔 사람이 없더니.
고소공포증 있는 사람은 좀 무서운 길이었다.
절벽도 많고, 공사하는 곳도 많고.
도저히 걸어갈 수 없는 7km.
소원을 비는 수많은 탑들을 보고.
나는 소원은 없다.
대원은 많다.
가족이 건강하고, 원하는 곳에 취업하고, 남편은 돈 많이 벌면 좋겠다.
전쟁도 끝나면 좋겠고, 지진은 안 나면 좋겠고.
그러면서 다시 내려왔다.
두 번은 안 갈 것 같다.
그래도 한 번 갔다 왔으니, 이번 여행은 조금 성공.
저녁은 또 같은 집의 부대찌개.
뭐 맛집 찾아다니는 고생은 안 하고 싶었다.
어제 맛있게 먹었고, 오늘도 맛있네.
주인장도 좋고.
남편하고 먹는 거는 무조건 나 먹고 싶은 대로 먹자하니 편하다.
많이 못 먹으면서 이거, 저거 먹자고 번거롭게 하는 거 같아서.
밥 맛있는 곳이면 좋다.
인터넷에 맛집이라고 하는 가게들이 없어진 곳이 많고, 맛도 별로더만....
폰 들고 안 보이는 거 신경 써서 검색하는 거 불편하고 재미없다.....
좀 느린 속도로 차 타고, 산보고 파도보고.
집들 구경하는 게 좋다.
전화로 일하는 남편은 몇 시에 잤는지 모르겠다.
나는 이틀을 잘 잤다.
코 골며 방귀 뿡뿡 뀌며, 편한 베개와 이불 안고 잘 잤다.
부산으로 내려오는 마지막 날은.
동해바다, 그 힘 있고 넘치는 파도와 바람을 다 구경하며 내려왔다.
장호항에서 점심 먹었다.
깨끗한 순두부 가게.
고속도로로 오다가 국도로 오다가 고속도로.
부산에서 속초까지 쭉 고속도로로 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차 타고 졸면서 왔는데, 피곤하다.
다음 강원도 여행은 하루쯤 더 있다 오면 좋겠다.
설악산, 한계령, 강릉, 다음엔 가보자.
피곤하고 때론 불편하고 그래도.
여행은 두근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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