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루크 365

오리발

코로나로 수영장이 폐쇄되면서 수영용품 파는 곳이 다 문을 닫았다. 쿠팡에서 오리발을 살 수도 있는데, 신어보고 사는 게 좋다는 샘 말씀에 멀리 기장까지 갔다. 오리발을 신고 수영하는 상급반 사람들을 부러워 했다. 맨발로 발차기 열심히 하는데, 옆 라인에선 오리발신고 팍팍 전진하는 모습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5월부터 나도 오리발을 신고 강습을 받는다. 6개월 만에 드디어 진급. 아직 한참 남은 수영의 길에 조금 들어섰다는 게 기쁘다. 오리발이 찌그러지고 닳을 때까지 열심히 연습해야지. 아싸!

퍼루크 2023.04.28

무례함은 어디에나 있다

자유수영 시간은 나름 질서를 지키고, 연습하는 사람들에게 폐가 되지 않게 조심조심 수영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주 보는 얼굴이고. 인사도 하고 서로 조언도 해주며 수영하는 즐거움을 나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내 돈 내고 수영하는데 너 같은 초보자는 불편하고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좀 늦게 가면 발을 건드린다든지, 험하게 물을 튕기며 기분 나쁘다는 표현을 한다. 수영을 능숙하게 못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누구 잘못이라 따지기에 애매한 경우에는 먼저 미안하다고 인사하면 좋은데. 마주 오는 사람을 못 볼 수도 있는데. 제발 먼저 미안하다 인사 좀 하자. 수영장에서 다치고 싸울 일인가? 샤워장도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곳인데, 참 이상한 사람이 많다. 두 자리를 차지하며 때를 밀고 있거나, ..

퍼루크 2023.04.26

포루투

제목: PORTO 어차피 일할 거라면 지은이: 하경화, 이혜민 책을 읽는다고 하는데 이 책은 본다라는 느낌이 있었다. 따뜻한 봄 오후에 공원에 의자 펴고 낮잠 자는 기분. 포르투갈에 대한 로망이 있다. 에그타르트, 와인, 초밥 하면 먼저 포르투갈이 떠오른다. 일이지만 한 달 동안 집을 얻어 포루투에서 먹고, 자고, 사진 찍고. 작가들이 너무 부러웠다. 일을 하니까 힘든 부분도 당연히 있었겠지만, 그래서 백 퍼센트 관광객 눈이 아닌 현지인의 눈으로도 그곳을 볼 수 있었지 않나... 나는 한 달 살기 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다면 포루투로 정할 거라고 책을 읽기 전부터 생각했다. 마침 e북으로 감동적인 이 책을 만나게 되어 재미나게 읽었다. 나도 거기서 한 달 살면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누구랑 가면 좋을..

퍼루크 2023.04.26

약속

약속은 가능한 지켜야 한다. 약속을 너무 쉽게 깨 버리는 사람이 있다. 평소 하는 행동이나 말이 가벼워서 약속도 잘 지키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약속을 못 지키게 된 이유를 말하지도 않는다. 미리 문자나 전화를 주는 것도 아니고. 아주 마음대로 약속하고 더 마음대로 약속을 깨 버린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게 자신에게 관대하고 남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꼭 지키지 않아도 괜찮은 작은 약속이라 그렇게 지나가도 이해해 줄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사람은 싫다. 작은 약속도, 지나가는 말처럼 한 약속도 지키는 사람이 좋다. 그래야 되는 거 아닌가? 깐깐하고 까다롭게 살지 말고 좀 편하게 살아라 하는데 약속을 지키는 게 어찌 까다로은 일인가? 몇 번 아무렇지도 않게 약속을 깨 버..

퍼루크 2023.04.25

크리미널 마인드

참 오래도록 신경 쓰며 본 미드이다. 시즌 16까지 거의 모든 에피소드를 봤다. 잔인하기 1등이고, 나도 FBI가 된 듯 머리 쓰면서 봐야 하는 치열한 드라마. 특이하고 특별한 캐릭터 보는 재미가 있다. 너무 긴 여정을 가다 보니 주인공들이 죽기도 하고, 나가기도 하고. 그렇지만 거의 모든 인물들이 사랑스럽고 특출나다. 처음 보는 사람은 시즌 1부터 정주행 하는 걸 추천하지 않는다. 너무 오래전에 나온 에피소드는 재미가 없다. 적당한 시즌을 정해서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절대로 식사하면서 보지 말고 운동하면서 보면 시간이 잘 갈 것이다. 세상에 별 나쁜 놈 많고 정신이상자 많지만. 프로파일러들이 차근차근 수사해 나가는 재미가 큰 미드. 추천 추천.

퍼루크 2023.04.06

조금 따끔할 겁니다. This is going to hurt.

벤 위쇼가 주연이다. 벤 위쇼가 주인공이라 주저 없이 선택했다. 연기를 참 잘하지만, 그보다 불쌍해 보이는 얼굴이 이상하게 끌린다. 보통 의학드라마는 능력 있는, 잘 생긴 의사가 고민 좀 하다가 거의 모든 환자를 짠 하고 고치고 살게 하는. 영웅이 나오거나, 실력있는 의사가 되기까지의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하는 이야기가 보통이다. 이 드라마는 영국의 공립병원 산부인과 의사 이야기다. 지질한 면이 많고, 동성애자이고, 일이 너~무 많아 잠도 잘 못 자서 얼굴이 엉망인 애덤. 산부인과의 적나라한 면은 오! 이건 실제 상황이다 라고 생각하게 한다. 출산의 경험이 두번이나 있는 나는 결코 그냥 지나가면서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다. 영국은 공립과 사립병원이 무지하게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래봤자..

퍼루크 2023.03.21

고사리 나물

반찬으로 고기 말고 해 먹을게 뭐 있나? 일요일은 아침, 점심, 저녁을 차려야 한다. 삼식 씨를 위해서. 보통 삶은 고구마나 달걀, 우유, 바나나처럼 손 편한 끼니가 삼식이에게 통하지 않는다. 고기는 어제 먹었고. 그래서 오늘 반찬은 고사리나물. 올리브유에 마늘 파 볶아서. 삶은 고사리를 같이 볶는다. 좀 징그럽게 생긴 고사리도 하얀 마늘을 뒤집어쓰면 귀여워 보인다. 소금과 조개다시다로 간을 맞추면 듬직한 고사리나물 완성이다. 내일까지 식탁에 올라오면 고사리의 책임은 끝. 비타민도 있고 섬유질도 있고. 몸에 나쁜 나물은 아닌데, 자주 하기는 싫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나물치고는 뚱뚱하고 검은 쪽의 색은, 초록의 생기 있는 나물은 아니라서? 그래도 가끔 휑한 식탁에 자리를 차지해서 고마운 고사리나물.

퍼루크 2023.03.19

수육을 먹으며.

사과, 양파, 소주, 된장, 마늘을 대충 넣고 돼지고기를 팍팍 삶아 보드라운 수육을 만들고. 알배추를 세로로 길게 썰어, 왕소금에 잠시 절여. 고기 삶는 중에 배추 겉절이를 만들었다. 요리를 못하는 편이지만, 수육과 겉절이는 오늘 성공. 남편과 딸이 맛있다 한다. 나도 뜨끈한 밥과 먹으니 맛있네. 맛있는 수육을 먹으니 혼자 저녁을 먹었을 아들 생각이 난다. 집에 왔을때 수육을 해 주기로 했는데, 어영부영 그냥 서울로 갔다. 다음에 오면 꼭 해 줘야겠다. (어디 적어놔라, 잊어먹지 않게) 고기를 지글지글 구워서 파절이와 먹는 걸 좋아했는데. 구워서 먹는 거보다 물에 푹 삶는 게 좋아졌다. 기름이 줄줄 흐르는 음식은 기분이 안 좋다. 소화도 잘 안 되는 것 같고. 감당 안되는 냄새도 집에서 구워 먹는 게 부..

퍼루크 2023.03.18

당근라페

어쩌다 유튜브에서 알게 된 당근라페. 당근은 별로인데 어찌나 맛있다맛있다 하는지. 쿠팡에서 홀 그레인 디종 머스타드를 주문했다. 이 이름도 긴 머스타드는 미국에서 날아왔다. 아침에 배달되어 준비물은 완벽. 당근을 얇게 감자칼로 벗겨서 소금에 조금 절이고. 설탕, 올리브유, 머스타드, 레몬즙(식초) 넣고. 섞어섞어. 맛있다 했는데 나는 뭔 맛이 있는지 모르겠다. 맛이 없다. 원래 당근은 좋아하는 재료가 아닌데. 친해지고 싶었다. 냉장고에 있긴 있는데 매번 버려지는 당근. 그래서인지 고상한 이름이 붙은 당근라페는 맛없는 다시 버려질 상황이다. 비빔국수와 같이 당근라페를 내놓았는데. 남편은 한 오라기 먹어보더니 외면. 나는 세 번 집어 먹고 외면. 맛있다 하는 건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어그로인가? 아니면 나의..

퍼루크 2023.03.13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If I Hadn't Met You)

스페인 10부작 드라마이다. 스페인 드라마는 처음인데, 재미있게 의미 있게 감상했다. 남자 주인공 에두아르트가 키 크고 잘생긴 배우였으면 훨씬 집중해서 보았을 것이다. 여자 주인공 엘리사가 에두아르트에게 반해서 첫 키스 말고 (어릴 때 에두아르트는 귀여움) 두 번째 키스를 하는데. 나는 전혀 이해가 안 되는 장면이었다. 공감할 수 없는 남자 주인공이다. 하지만 연기는 스페인 배우 중에 최고인 듯하다. 이 드라마에선 연기를 제일 잘하는 것 같다. 아니, 제일 잘한다. 노래 잘하고 예쁘고 수학 과학까지 아주 뛰어난 엘리사. 평행우주는 다른 미드에서 종종 나오는 이론이라. 거부감은 없었다. 평행우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모르는 채로 드라마로 감동을 받았다는 것은 연기가 좋았다, 극본이 좋았다 하겠다. 엘..

퍼루크 2023.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