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그 18

강슈맹

며칠 남편과 같이 "나의 아저씨"를 보고 있다. 나의 아저씨는 방송할 때 혼자 봤었다. 남편은 드라마를 꾸준히 자세히 보는 편이 아닌데, 아주 열심히 나의 아저씨를 본다. 감동까지 받으며. 강슈맹은 이 드라마속 주인공까지는 아니지만, 괜찮은 어른이다. 매일 새벽3시면 출근하는 성실의 사장님이다. 일요일도 구내식당의 끊임없이 생기는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난다. 공인중개사라 고객들의 요구사항도 일이 많다. 참 감당하기 힘든 어머니도 강슈맹은 효자다. 아이들에게는 자상하고 힘이 되어주는 아빠. 가끔 나도 저런 아빠가 있었으면하고 . 나에게는 완벽한 남편이다. 그러나 강슈맹은 나의 아저씨의 박동훈처럼 아니 박동훈보다 백배 더 외롭고 힘들고 지칠 때가 있을 거다. 그래서 드라마 보면서 남 이야기가 아니..

그녀와 그 2023.01.18

ㄱㅈ 언니

멀리 살고 있는 ㄱㅈ언니는 참 열정적인 사람. 처음 언니를 85년에 만났으니. 오래된 인년이고. 친언니보다 더 이야기를 많이 하는 언니. 오늘은 1시에 만나서 점심 먹고 6시에 헤어졌다. 제사나 명절에 친정엄마 보러 왔다가 천안 집에 갈 때 잠깐 만난다. 순서도 없고 목표도 없이 사는 이야기, 애들 이야기....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도 모르고 재미나게 시간을 보낸다. 두 살 많은 언니지만 어떤 때는 귀엽고. 친구 없는 내겐 속을 털어 낼 수 있는 친구 같기도 하다. 늘 따지지 않고 내편을 들어준다. 무슨 말을 해도 그렇지 하고 들어준다. 오늘도 걱정 없이 무한의 편안함으로 속풀이 하고. 지금 생각하니 미안한 면도 있다. 너무 내 이야기만 하며 들어달라 한 거 아닌지....

그녀와 그 2022.11.07

BTS 부산 공연 티켓을 ...

티켓을 구했어요. 제가 구한 게 아니고요. J. 언니는 10월 14일이 시어머니 첫제사예요. 천안에서 부산으로 내려와야 돼요. 10월 15일은 BTS 부산 공연이 있는 날이고요. 무료 공연이라 언니는 티켓을 구해서 같이 가지고. 그런데 어찌 구하나요? MZ세대인 딸, 아들 다 동원해도 mision imposible 아닙니까? 저는 언니만큼 가고 싶지 않았어요. 사람 많은 곳은 아찔하고 무섭고 갑갑하고. 내 방에서 듣는 BTS가 더 좋거든요. 어젯밤에 언니 카톡이 왔어요. 언니, 언니 딸, 아들이 번개같이 클릭 클릭했는데 실패, 아들 회사 선배가 당첨! 캬~~~ 그 선배가 언니에게 준다고. 인터파크에서 택배로 티켓을 준다고. 아들이 회사에서 전화받고 아파트 소화전에 넣어두고 가라 했는데. 언니가 퇴근해서 ..

그녀와 그 2022.09.24

적극적이고, 똑똑하고, 착한 언니.

언니는 혼자 아들 둘을 잘 키운 대단한 사람이다. 생각하는 방향이 열려있어서 배울 점이 많은 언니이다. 태풍이 가는 월요일 점심에 언니의 초대로 맛있는 이탈리아 식당에서 배부르게 요리를 먹었다. 과분한 점심이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했다. 멋진, 닮고 싶은 사람이다. 나이 들면서 점점 사람 만나기가 불편하고 싫어지는데. 언니는 만나고 나면 오래 여운이 남는다. 버스 타고 십 분이면 만날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는. 오래오래 건강하고 똑똑하고 착한 언니를 만날 수 있기를.

그녀와 그 2022.09.19

c.a

오래전부터 좋아한 사람이다. c.a는 똑똑하고, 배우는 거 좋아하고, 실외가 어울리는 활동가이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고, 그래서 한 번도 살이 찐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의류학과를 전공해서 예쁜 옷을 멋있게 입는다. 마트에서 편한 티셔츠와 바지, 운동화로 무장하는 나와는 참 비교도 안 되는 패셔니스트이다. 얼마 전에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국제시장에서 안경을 한다고, 만나서 점심 먹자고 그래서. 일요일이라 국제시장에 문닫은 가게가 많았다. 문 닫은 가게 앞에 천 원 이천 원짜리 옷을 쌓아 놓고 파는 곳이 많았는데. c.a가 주저없이 그 옷 무더기에서 옷을 골라 입어 보고 천 원, 이천 원 옷을 샀다. 음... 남편이 교수인데, 본인도 박사학위까지 받은 교수이고. 신나게 구제 옷을 고르는 모습은 충격..

그녀와 그 2022.08.31

오!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었다. 김수현 작가 같은 대사 잘 쓰는. 그보다 더 어릴 때는 시인이 꿈이었다. 꿈으로만 말하지 않고 시를 줄줄 많이 썼다. 국민학교 3학년때 나 혼자 시집을 만들었다. (지금 보면 유치하지만) 선생님이 너는 커서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으면 바로 시인이라고 맹랑하게 말할 정도로 시인이 되고 싶기도 했고 . 시를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를 쓰기 전 잘 생각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뭐든 잘, 옳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시인은 그래야 하지. 나는 시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 아직 멀었네..... 그럴 수도 있지만, 쭉 나는 시인이다. 요즘은 글을 쓰고 싶다. 여행작가나 소설가도 좋고. 누군가에게 잘 생각하게 도와줄 수 있는 글을 쉽게, 지루하지 않게. 그래 왔는데..

그녀와 그 2022.08.25

강슈맹 (1)

이상형과는 전혀 다른 쪽 사람이다. 어찌 이상형을 만나 연애하고 결혼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은 만명중 한명 있을까? 그저 외계인처럼 만날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시간을 같이 쌓아가며 아이들을 키운 동지! 강력한 힘을 주는 친구. 강슈맹은 나의 남편이다. 까칠하고, 쓸데없이 똑똑하고, 해파리처럼 흐물거리는 저급 체력의 아내를 좋다 좋다 동거하는 찐짜 괜찮은 남편이다. (이러면 딸은 꼭 천생연분이다 한다.) 8번 만나고 결혼식을 했으니, 아주 급하게 뭐 따질 겨를도 없었고. 만나야 될 인연이었나 하기도 한다. 결혼하고 난 직후부터 교통사고 나고 딸 낳고 시아버지 돌아가시고. 이런이런 울고불고 하다가 . 어느 새벽잠 못 자고 신문 배달되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어느새 두 아이의 엄마, 나처럼 황당하고, 아픈..

그녀와 그 2022.08.08

오! (1)

평범한 일 - 아침 먹기, 설거지, 빨래하고 개고 널기, 걸레질하고 청소기 돌리기, 쓰레기 모아 쓰레기통 씻기....... 뭐 샤워 2번 하기. 지극히 힘이 드는 일도 아닌데, 이러다 기절할 수도 있겠네 땀이 줄줄 , 눈앞이 하얗게 변한다. 30도에 습도는 56% 이 정도는 8월 8일의 날씨로 놀라운 것도 아닌데. 역시 운동 아주 싫어하고, 저축해놓은 체력 없이 고구마 빨로 살아가는 인간은 충분히 기절에 가까운 일거리와 힘든 날씨다. 아무도 없는 집에 쓰러지면 나만 황당이다. 얼른 찬물 샤워하고 얼음 안고 선풍기 앞에서 뭐 들어 있는지 모르는 비타민 먹고. 혼자 스페인 순례길 가고 싶은 이 부실한 인간은 과연 언제 운동을 시작할까?

그녀와 그 2022.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