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 26

라조육 (양산 득이다)

'라조육'은 남편과 나의 최애 요리이다.신혼여행 둘째 날은 하이야트 호텔에서 1박을 했다.호텔 중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너무 화려한 인테리어에 짜장면이나 짬뽕을 시키면 안 될 것 같았다.이름도 생소한 '라조육'을, ( 치마 옆이 쭉 찢어진 아름다운 호텔리어의 추천으로 )주문했다.접시에 조금 담아 나온 그 요리는 배고픈 우리에게 참으로 맛있는 '라조육'이었다.처음의 라조육은 화려하면서도 추웠던 호텔방처럼, 맛있지만 양이 너무 적었다. 옛날.... 한 20년 전.마산 대우백화점 중국집은 이름은 잊었지만 라조육이 참 맛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정신없이 먹었어도 그때 라조육은 아직도 생각이 난다. 양산 '득이다' 중국집은 언제부터 다녔는지 모르겠다.남편은 서울에, 나는 아이들과 부산에 있을 때.양산으로 고속버스..

그대 눈동자에 건배 (히가시노 게이고)

그대 눈동자에 건배유머와 페이소스, 짜릿함이 넘치는 아홉 편의 이야기를 담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집 『그대 눈동자에 건배』. 30여 년의 작가 생활 통산 85번째 단행본인 이 책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문예지 등에 발표한 아홉 편의 신작 단편을 담은 것으로, 다채로운 장르를 넘나들며 미스터리 소설의 경계를 넓힌 저자가 금까지 실험해온 경향들을 만나볼 수 있다. 미스터리, SF판타지, 블랙코미디, 심리 서스펜스, 휴먼드라마, 로맨스에 이르기까지 기발한 상상력에서 비롯된 소재가 특히 돋보이는 이번 소설집은 단편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색깔을 띠는 동시에 한 권의 책으로서도 멋진 기승전결을 갖추고 있다. 소개팅에서 애니메이션 여주인공을 닮은 모모카와 만나게 된 우치무라. 애니메이션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

퍼루크 2024.10.18

베스트 오퍼 (2014영화)

버질 올드먼(제프리 러쉬), 로버트(짐 스터게스), 클레어(실비아 혹스), 빌리(도널드 서덜랜드) 영화의 장면들이 예술품으로 가득 차 있다.옛날 찬장을 참 좋아하는데, 오래되고 우아한 가구들이 아름다웠다.그림은 볼 줄을 몰라서 그렇구나....하는 마음이었고.경매사가 여자들의 그림을 비밀의 방에 전시하고, 중앙에 앉아 감상하는.주인공이 약간 변태같은 느낌이 든다. 반전이 대단하긴 하지만, 조금은 예상이 되는.젊고 어여쁜 여자가, 늙고 돈많고 총각을 사랑하는 건 말이 안 된다.진품이 아니라, 사랑까지도 위작이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사기를 치려고 덤비면 실력 있는 경매사도 어쩔 도리가 없다. 이탈리아영화이다.'시네마천국'을 만든 감독 쥬세페 토르나토레이다.베스트 오퍼는 최고의 경매가를 말한다.이야기도 재미..

퍼루크 2024.10.17

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도서관에서 빌려왔는데 책이 너덜너덜하다.조심스럽게 일어야 하는 책이다.잘못하면 부서질 것 같다. 도저히 어떤 사건인지 상상할 수가 없다.이미 사람은 죽었는데, 11명이 다 진실을 숨기기로 약속을 했다.11명이 아무리 단단히 말을 맞추어 놓아도 어딘가에 틈이 있다.주인공인 '나'는 추리소설가이다.그래서 그런지 틈을 파고들어 사건의 진실을 다 알아낸다. 사람이 어떤 일에 생각을 굳히는 것은 참으로 위험할 수도 있다.선과 악은 기준이 딱 정해진 게 아니라서.독자들도 뭐가 맞다, 아니다를 판단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살인사건이 줄줄이 일어난다.아무리 자신의 생각이 옳다해도 그 생각을 비밀로 해야 한다면.잘못된 것이다. 작가의 추리소설에 대한 천재적인 감각과 트릭은 신기하고 예상을 뒤엎는다.멋있다. 추천.

퍼루크 2024.10.16

하쿠바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치밀하고 신선한 추리소설의 보물이라 하겠다.우선 밀실살인이라는 풀기 어려운 사건을 잘 풀어놨다.두 번째는 암호 또는 암시를 동요 속에 숨겨 놓고, 신기하게 풀어 간다.이 부분은 좀 억지스러운 면도 보이고, 이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의문도 들었다.세 번째는 연속적인 살인사건.세 번의 살인사건이 다 제각각의 아무 연관 없는 사건 같아 보이지만.다 연관이 있는 사건이다.안타까운 결말과 애석한 반전도 있다. 추리소설의 묘미를 잘 느낄 수 있다.산장이라는 특수한 장소가 주는 긴장감도 있고.너무 길지 않은 장편이라 부담도 없다.영어에서 일본어로 다시 한글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복잡하고 지루함을 느낀 게 이 책의 단점이랄까. 추천.

퍼루크 2024.10.15

탐정클럽 (히가시노 게이고)

위장의 밤덫의 내부의뢰인의 딸탐정 활용법장미와 나이프5편의 단편소설.똑같은 탐정이 문제를 해결한다.가볍게 일글 수 있는 추리소설.살인사건이 일어나지만, 경찰보다 탐정이 올바른 해결을 한다.'탐정클럽'은 회원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데.추리소설은 탐정이 나와야 재미있는 거지. 단편이라 읽을 때는 좋은데, 읽고 뒤돌아서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건 괜찮은데.사서 읽기엔 돈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추천 안 함.

퍼루크 2024.10.14

전, 란 Uprising 2024

천영(강동원), 종려(박정민), 선조(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임진왜란이 일어난 선조의 시대.강동원이 노비로 나온다 하면 안 어울리네... 하는 선입견이 있다.진짜 잘 어울리는 노비, 강동원이다.그는 얼굴만큼 연기를 잘 한다.물론 양반, 박정민도 잘 어울린다.캐스팅이 딱 맞아떨어지는 영화이다.차승원의 선조도 참 비굴하고 역겹고 추한 연기를 잘했다.그의 눈은 최악의 왕 같은 더러운 빛을 가졌다. 칼싸움은 그 챙챙 거리는 소리가 싫다.내 손이 팔이 가슴이 칼에 스쳐 피가 솟구치는 착각을 하게 한다.차라리 총싸움은 스트레스가 풀리는데.날카로운, 무거운 칼의 춤은 보기에도 잔인하다.목을 베어 소금에 절여 일본으로 가져가는 왜구들이, 코를 베어 상자에 절여...참 잔인한 장면이다. 지금의 현실..

퍼루크 2024.10.13

백조와 박쥐 (히가시노 게이고)

왜 제목이 백조와 박쥐일까?사는 곳도 다르고 생긴 것도 아주 다르고.대조적인 두 동물처럼 피의자와 피해자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작가의 다른 책에서도 자주 느끼게 되는 점이지만.정의란 (진실) 과연 무엇일까? 이 책은 지루할 정도로 진실에 대해 물고 늘어지는 두 사람이 있다.피해자의 딸과 피의자의 아들.두 사람은 서로 만나는 것조차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불편한 사이지만, 형사들이 찾아내지 못한 사건의 비밀을 잘 찾아낸다.결국 진짜 범인을 찾고, 사건의 진면모에 가까이 간다.대단하다.이야기가 복잡하기도 하고, 논리적이기도 하고.그 모든것을 계획한 작가의 필력이 놀랍다.작가의 대단한 작품들이 많지만, 이 책 또한 큰 이야기를 품고 있다.집착에 가까운 주인공들의 진실 찾기는 작가의 그러한 면을 잘 보여주는..

퍼루크 2024.10.12

매스커레이드 이브 (히가시노 게이고)

마침 '한강'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소식이 속보로 떴다.어제가 한글날이었는데, 참으로 놀라운 경사가 아닌가?한강작가의 책은 이미 거의 다 읽었다.이해하기 참 어려운 책이었는데, 작가의 탁월한 세계를 공감하기엔 나의 그릇이 아주 작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스커레이드 시리즈는 이번 책으로 다 읽었다.두 번째의 책이지만 내용은 호텔리어 나오미와 형사 닛타의 첫 인연을 보여준다.이 시리즈 중에 제일 스피디하고 깔끔하고 읽기 좋다.전혀 다른 두 직업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나오미는 관찰력이 뛰어나고 기억력이 좋다.닛타형사는 단서들을 통찰하는 생각의 범위가 넓다.다른 시리즈에선 두 사람의 협조가 있지만, 이번 책은 두 사람의 만남이 없다.그래도 단편 같은 느낌의 신선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너무 빨리 ..

퍼루크 2024.10.10

괴소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제목도, 표지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도서관에서 빌려올 때도 그렇게 반가운 마음은 아니었는데.자유로운 글을 읽은 것 같아 좋다.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작가가 쓰고 싶은 대로 아무 거리낌 없이 쓴 것 같다. 1. 울적전차2.  할머니 골수팬3.  고집불통 아버지4. 역전 동창회5. 초 너구리 이론6. 무인도의 스모 중계7. 하얀 들판 마을 VS 검은 언덕 마을8. 어느 할아버지 무덤에 향을9. 동물가족9개의 단편들이 다 문제의식을 제시하는 신기한 글들이다.예상을 뒤엎고 재미있다.특히 할머니 골수팬과 역전 동창회는 공감이 간다.작가의 후기는 본문보다 더 재미있는 것 같다.작가의 사생활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는데 후기는 작가의 글을 쓰는 생각이 있어 반갑고.제목이나 표지가 좀 달랐으면 훨씬 시작하기 쉬웠을 ..

퍼루크 2024.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