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화려한 요즘이다.
독서의 계절이지만, 책만 읽고 있기엔 날씨가 보통이 아니다.
새벽 6시에 영주를 목표로 집을 나섰다.
슬슬 부석사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많은 사람들이 벌써 도착해 있거나 내려가는 중.
쌀쌀해진 가을 이라기보다는, 겨울이다.
108개의 계단을 그렇다 치고 어찌나 가파른 산 꼭대기에 부석사가 있는지.
실내용 인간인 나는 참 힘이 든다.
지나가는 아저씨가 비웃듯 '운동 부족인 사람들은 헥헥 거리며 올라가네, 운동 좀 하지'
라고 해서 짜증이 났다.
운동 부족인 사람도 나름 이유가 있을 텐데, 그런 마음속의 소리를 다른 사람이 들리도록
크게 말하는 꼰대.
수술하고 여행 온 사람도 있고, 장애인도 , 노약자도 있는데.
계단을 잘 올라가지 못하는 사람은 다 운동 부족인가?
단정한 부석사는 단풍 속에서 불심을 잘 보호하고 있는 듯 보였다.
경치는 다 이해하는 부처님처럼 넓고, 깨끗하고.
절이 거의 모두 산 꼭대기, 깊은 산 속에 있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쉽게 갈 수 없는 곳에 있어서 보존이 잘 된 걸까?
집에서 법화경 사경만 하다가 절에 오니 참 좋다.
좀 먼 부석사까지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봉정사'는 부석사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걸렸다.
주차장이 절 바로 앞에도 있어서 쉽게 봉정사에 갈 수 있었다.
오래된 절 향기가 났다.
단풍이 봉정사를 안고 있다.
하늘과 땅에서 단풍이 날리고 있다.
본 당 앞에는 미니 소원 등을 (오천 원 시주하고) 달 수 있었다.
등을 달고 있는데.
'이거 봐라, 어떤 애가 고등학교에 갈 수 있게 해 주세요 소원을 적었네,
뭐 이런 걸 소원이라고 적었니?'
하면서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눈물 나는 소원 아닌가?
어떤 아픈 아이가 불치의 병에 걸려서 남들 다 가는 고등학교에 갈 수 없는지,
아니면 부모 없이 할머니와 사는데 너무 가난해서 고등학교에 갈 수 없는지....
욕심 많고 남 생각 안 하고 목소리 크고.
심지어 무식한 꼰대들이 어디에나 있다.
'봉정사' 그 아름답고 깨끗한 절에도 툭툭 튀어나오는.
유구한 시간을 간직하고 앞으로도 아름답고 화려할 봉정사, 부석사.
단풍놀이 등산으로 체력자랑 말고.
마음으로 약한 사람들 위해주고, 제발 무례하고 시끄럽게 하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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